“김실장?” “...예, 누구시죠?” “나, 노국장입니다. 괜찮은 아가씨가 하나 있는데 한번 볼래요?”

명동 유네스코회관 8층 신필름 기획실. 인기절정의 라디오 연속극으로 막 방송이 끝난 한운사씨의 라디오 드라마 ‘욕망’의 영화화를 위해 참한 신인 여배우감을 찾고 있는데 걸려온 애드맨 노씨의 전화였다. 감독으로는 신상옥 감독 문하의 엘리트인 이경태. 남자 주인공역에는 때마침 공군에 입대해 만기 제대한 노주현이 스크린 복귀를 위해 캐스팅되어 있었다. 문자 그대로 참한 색시만 하나 있으면 좋겠다, 차일치고 멋진 흥겨운 한판 잔치를 벌일 만반의 준비가 다 돼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도 애타게 찾고 있는 그 참한 색시일지도 모를 괜찮은 아가씨가 하나 있다니 물어나보나마나지!

그 다음날로 만날 약속이 되었고, 유네스코회관 옆에 있는 명동 케익파라빵집에 갔다. 노국장은 예의 그 도수높은 안경 너머로 날 보더니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한 아가씨를 눈짓하며 방긋 웃는다. 정말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나타나는 아가씨들은 대체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온갖 재주를 다 부리는 것이 상례인데, 이 아가씨는 거꾸로 영화사 직원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나온 양, 회색 바바리코트 하나 걸치고 화장기라고는 전혀 없고 머리는 손으로 대충 빗은 것 같기도 했고 아닌것  같기도 했고...

어쨌든 첫눈에 배우감으로는 싹수가 노랗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노국장 체면을 보아 시큰둥한 심경으로 그 아가씨 앞자리에 앉았다. 노국장이 뭐라고 내 소개를 하자, 살며시 고개를 들며 “정윤희예요”라고 한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창백한 듯한 얼굴, 가지런한 하얀 치아, 맑은 눈망울, 도무지 욕심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 모습은  조금 전까지도 노랗던 싹수가 급변해 활짝 핀 꽃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그때는 낮 12시가 되기 직전이었는데 정윤희를 데리고 사무실로 갔다. 점심식사하러 나가기 전에 신상옥 감독에게 보이고 결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신상옥 감독은 잠시 정윤희를 뜯어보더니 “괜찮구먼... 카메라 테스트 좀 해봐!”

덕분에 그날 점심은 건너뛰었다. 서둘러 카메라맨을 부르고 이경태 감독이 왔다. 사무실 안에 설치된 시사실에서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안돼있는 자연 그대로(?) 정윤희의 카메라 테스트를 시작했다.



정윤희 / 국내배우
출생 1954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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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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