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여름쯤으로 기억한다. 하한수 감독의 <배만 나오면 사장이냐>라는 영화를 만들 때였다. 녹음실에서는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이야기꽃이 피었다. 얼마 전 김희갑 선생이 양담배를 피웠다하여 갑자기 구속되었다 나온 일이 있었다. 서슬이 퍼렇던 군정시절 국산품을 사용하지 않고 외제 물품을 쓰는 것은 역적(?)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다. 선생께 조심스레 여쭈었다.


“김 선생님 조심하시지 않고 어쩌다 봉변을”


“아니, 그치들 신문에 양담배 단속한다고 나오기만 하면 아침마다 우리 집 앞을 뱅뱅 돈단 말이야. 그날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


선생은 애연가에다 양담배를 무척 애용해왔다. 촬영을 나가는 바쁜 시간에도 반드시 뒷주머니에 담배 2갑을 챙겨 넣는다. 왼쪽 뒷주머니엔 양담배, 오른쪽 뒷주머니에는 국산담배를 넣고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집을 나서던 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집을 나서는데 아니나 다를까, 집 모퉁이에서 젊은이가 반갑게 나서며 말을 건다. “선생님, 무슨 담배 피우시지요.?” 요놈들 맛 좀 봐라. 선생은 잽싸게 오른쪽 뒷주머니에서 국산담배를 꺼내 젊은이의 코앞으로 내밀었다. “이거다. 왜! 왜 !?” 아뿔사, 이 일을 어쩌랴. 자기도 놀랬단다. 뒷주머니에서 국산담배를 꺼낸다는 것이 양담배를 꺼내버린 것이다. 분명히 오른쪽에 국산담배를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낭패를 본 것이다.


<영화배우 김희갑 구속 !!> 신문과 방송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서특필이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국민들은 ‘국산품애용’의 기치아래 한결 단단히 뭉친다. 얼마 전 5공화국 까지만 해도 사회기강이 좀 느슨해 졌나 싶으면 대마초 사건이 불거지고 그때마다 연예인들이 미끼(?)가 되었다.

김희갑  

희극배우 김희갑은  ‘합죽이’라는 예명으로 서민의 애환을 코믹한 연기로 대변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23년 함경남도 장진(長津)에서 출생했고 메이지[明治]대학 상학과(2년)를 수료하였다. 1945년 8 ·15광복 후 월남하여 서항석의 문하로 들어가 <반도가극단> 에서 무대연기를 수련하였고, 1956년 한형모감독의 <청춘쌍곡선>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오부자(五父子)><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서울의 지붕 밑><빨간 마후라><팔도강산> 등 7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고, <꽃피는 팔도강산><제삼지대> 등 텔레비전 프로에도 다수 출연했고, 1993년 타계했다.
인터뷰365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신고
Posted by ⓗⓚⓢ 인터뷰365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