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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소설가 송숙영 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야성의 처녀>라는 영화가 있다. 플루트를 전공하는 부유한 집안의 처녀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만족할만한 여건과 환경을 포기하고, 진실한 사랑을 얻기 위해 외딴 섬에서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기 원하는 남자를 찾아감으로써 전개되는 드라마였다.

‘야성의 처녀’역에는 원미경,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에는 이영하, 그리고 외딴 무인도에서 로빈손 크루소와 같은 생활을 즐기는 남자에는 김추련이 분했다. 메가폰은 많은 재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를 만나지 못해 MBC 베스트극장의 객원연출자로 활동하다 지병으로 타계한 윤정수 씨였다.

무인도 장면은 남해의 욕지도. 그곳의 한 모퉁이에 움막 같은 오픈 세트를 짓고 촬영이 시작됐다. 김추련은 마치 발리섬의 원주민 같이 태양빛에 탄 구리빛 몸체에 속옷만 걸쳤고 밑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닷가에서 작살로 고기를 찍어 잡았다. 원미경도 차츰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한 꺼풀씩 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고, 밤만 되면 두 사람은 (대본상)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헌데 촬영을 시작하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야성의 처녀>에는 바다위에서 배를 타고 촬영해야 할 분량이 많았는데 넘실대는 파도위에서 작은 쪽배를 타고 촬영을 시작하자 원미경의 얼굴이 점차 노래졌다. 배멀미가 일어난 것이었다. 배멀미를 당해본 사람들은 그 증상과 고통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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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려고 애쓰는 원미경의 컨디션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감독을 비롯한 많은 스태프들이 바로 코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니 염치불구하고 왈칵 쏟아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억지로 참자니 그게 그리 쉬운가? 파도가 넘실댈 때마다 쪽배는 가라앉았다 솟아오르고, 또 가라앉았다 솟아올랐는데 그럴 때마다 원미경의 표정은 죽었다 살아나고 다시 죽었다 살아나는 형국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원미경의 의지는 대단했다. 웬만하면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칠 텐데 끝까지 그 고통을 참아가며 실례(?)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윤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그는 “더 이상 강행을 하다보면 배우의 몸이 상하겠으니 내일 기운을 차려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그날 촬영은 일단 쉬었다. 다음날 예의 쪽배 장면은 다시 촬영됐는데 어찌된 셈인지 그날부터 원미경의 배멀미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모두들 어찌된 일이냐고 반색을 하며 물었더니 “저요, 배멀미 같은 거 잘 안해요. 어제는 제 컨디션이 좀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끝까지 참아보려고 했던 거예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전날 힘들어했던 이유는 배멀미가 아니었던 것이다. 몸이 아파 하루쯤 촬영을 쉬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지방에 내려와 머무는데 자기 하나로 인해 일도 못하고 경비를 낭비하는 게 싫어서 그대로 촬영에 임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원미경은 사려 깊은 기특한 배우로 또 한 번의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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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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