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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으악새(70년대 액션활극의 별칭)’ 영화 제작 붐이 한창 일고 있을 때다. <정무신권>이라는 영화가 기획, 제작된 바 있었다. 메가폰은 ‘으악새’ 영화만을 고집스레 연출하며 액션활극의 질적 향상을 위해 선봉에 섰던 김정용 감독이 잡았다. <정무신권>은 권선징악을 주제로 철저한 오락영화를 표방하여 제작되었는데, 본격 오락 무술 영화로 만들다 보니 출연진의 대부분이 ‘으악새’에 뛰어난 무림계의 고수들로 망라되었다. 특히 극의 재미를 돋우기 위해 7인의 곱사등이를 보디가드 역으로 분장시켰는데,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에 이들을 활용하여 멋진 무예의 대결을 펼쳤다.



<정무신권>의 촬영현장은 문자 그대로 ‘으악새’의 연속이었다. 치고, 빠지고, 물러섰다가 튀어 오르듯 공격하고, 또 반격을 해대며 온갖 재주를 동원한 무예의 한 마당이 질펀하게 펼쳐졌다. 김정용 감독은 이 영화로 성룡의 홍콩영화와 정면대결을 벌여 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심혈을 기울여 정성껏 연출하였다. 그렇게 영화는 완성되어 시사회를 가졌고 결과는 만족할만한 것이었다. 시사회가 성황리에 끝나고 요식절차를 밟아 검열신청을 했고 극장 상영날짜도 잡혔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검열을 받고 나온 영화는 시사실에서의 ‘정무신권’이 아니었다. 온통 가위질을 당해 토막 난 뱀 모양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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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폭력과 살상 장면, 그리고 7인의 곱사등이가 활약하는 장면은 신체부자유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유해한 반응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와 배려(?)가 무참한 난도질의 이유였다. 검열이 매우 엄격하게 강화되었다고는 하나 난도질당한 필름을 보고 어이없어진 제작진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정말 영화 관둬야겠어요” 김정용 감독은 그 동안의 피나는 연출이 수포가 되었다 싶었는지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어쩐단 말인가. 극장 상영날짜는 다가왔고 상처투성이 영화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무대에 올려졌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은, 어떻게 검열에서 이리저리 가위질 당한 걸 알았는지 첫날부터 손님이 뜸했다. 그간 꾸준한 노력으로 상당한 팬을 확보해 두었던 김정용 감독은 이 뜻밖의 불행으로 그만 참패를 겪고 말았던 것이다. 검열의 도가 지나쳐도 너무했던 경우였다. 유독 액션영화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편견적 시각도 문제였지만 툭하면 청소년에게 끼칠지 모를 유해사항(실제로 얼마나 유해할 것인지의 확실한 데이터도 없었지만)을 들먹여 영화가, 감독이, 연기자들이 죽어간 것은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할까. 공정성과 객관성을 결여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지나친 검열로 인한 영화계의 수난은 이렇듯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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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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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음 메인페이지에 떳는데 2008.04.22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무섭다는 무플~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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