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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보면 관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너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죄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속이지 않고도 관객이 찾아준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개운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하나에서 열까지 다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에도 의도적인 것이 있고 속아도 좋을 만한 순진한 것이 있다. 기획자가 홍보를 하면서 가끔 사용하는 과장은 ‘거짓’이라는 개념과 다르다.



관객은 자신들 구미에 맞게 상황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야하고 미스터리하다면 둘 중 한 가지에만 관심을 가진다. 야한 것에 관심을 가졌다면 온통 그 쪽으로만 몰려든다. 야하다는 것만 강조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기획자는 야한 미끼를 더 많이 던질 수밖에 없다. 야한 건 더 야하게, 비록 그것이 본질이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제작자나 기획자의 처음 의도와 관계없이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것을 무시하고 기획자가 자기 고집만 부리면 월척을 낚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무 미끼나 마구 던져 놓을 수는 없다. 고래를 잡으려면 그에 맞는 작살이 있어야 하고 작은 멸치를 잡으려면 촘촘한 그물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작업 진행표에만 의존한다면 홍보라는 일도 도식화하여 기계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카피를 작성해 보도 자료를 꾸미고 사진 몇 장 조합해 그럴싸한 포스터를 만들면 된다. 적당히 이벤트를 개최하고 시사회를 열어 반응을 살피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해 보여도 간단치 않은 것이 홍보다. 반복 되는 작업이지만 매번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속이는 것도 쉽지 않다. 유혹거리도 바닥이 나면 식상해진다.



“이 영화의 마지막 5분은 충격이다.”

영화 <패션쇼>의 메인카피였다. 마지막 5분, 도대체 어떤 장면이 등장하기에 충격이라는 말을 썼을까? 사실 미안하게도 충격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원래 <패션쇼>의 마지막 장면은 쇼에 출연한 모델 전원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무대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끝난다. 그 중에는 배가 불룩 튀어나온 임산부도 있다. 감독 로버트 알트만은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의 벌거벗은 몸이 어느 패션보다 아름다운 패션이라는 주제를 보여준다.



그런데 극장에서는 주요부분이 모두 흐릿하게 처리되어 감독의 애초 의도를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화면처리를 유도한 장본인은 물론 당시의 공연윤리위원회였지만 관객들이야 속았다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카피 때문에 영화관을 찾은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유혹은 카피에서 시작된다. 보도 자료를 만들고 포스터, 신문광고, 전단 등을 제작하려면 카피를 써야 한다. 단순히 카피라고 하지만 감각적인 메인카피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열거한 바디카피에 이르기까지 카피의 종류와 성격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메인카피다.



메인카피는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또 그 영화의 성격과 특징을 한눈에 알게 해준다. 예를 들어보자.



“잘까 말까 끌까 할까” 기억하는 독자들도 많겠지만 김의석 감독이 만들어 크게 성공한 <결혼이야기>의 메인카피다.

“달 두개 숲 하나” 상당히 야했던 영화 <투 문 정션>의 카피다.

“액션의 러시아워가 시작 된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액션영화 <스피드>의 메인카피다.



메인카피는 포스터나 신문광고 상단에 사용하는 카피다. 혹시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던 독자라면 영화광고가 집중되는 토요일자 신문을 펼쳐보기 바란다. 영화광고면을 보면 저마다 윗부분에 큼직하게 써놓은 짧은 문장이 보일 것이다. 어떤 광고는 영화의 스틸도 없이 문장만 써놓을 때가 있다. 이것이 바로 메인 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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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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