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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기획자들도 실수를 한다. 물론 나도 한다. 실수는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실수 없이 너무 완벽해도 매력이 없다. 조금은 빈틈이 있어야 인간다워 보이고 주위 사람들과 오히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밥 먹듯이 실수를 저지르고 다니는 사람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업무는 기본적으로 철저하고 완벽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재주다.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만 해도 보통 능력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실수를 할 때는 어떻게 순발력 있게 수습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다. 실수를 실수로 끝내지 않고 전환의 기회로 삼는 사람이야말로 능력 있는 기획자의 요건을 갖춘 사람이다.



<컬러 오브 나이트>를 진행할 때였다.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기로 하고 연극배우인 박정자 씨의 멘트를 넣어 20초짜리 예고편을 만들었다. 내용이 만족스러웠기에 광고 시간대를 잡아 텔레비전 방영을 시작했다.



마침 모 텔레비전 방송국 연예프로에서 <컬러 오브 나이트>를 새 영화로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약 2분에 걸쳐 진행자가 영화 소개를 열심히 했다. 프로가 끝나자마자 광고가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컬러 오브 나이트> 광고였다. 마치 교묘하게 연결시켜 붙여놓은 것처럼 방송프로와 광고내용이 바로 연결되어 버렸다.



“이거 누가 이렇게 한 거야!”

“어쩌다보니...” 

“이게 말이 돼! 고의가 아니라면 누가 장난친 거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담당 프로듀서가 당황한 것은 물론이고 일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난리가 났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의도적인 트릭이 아니라는 것은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방송국 일을 맡고 있던 직원은 일이 터지자 허겁지겁 방송국으로 달려가 프로듀서를 만났다.



“고의가 아니에요. 저도 몰랐던 일이에요.”

“고의가 아니라고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하면 내 목이 달아날 판인데.”

“전 그런 일을 고의로 할 만큼 아직 경험이 없어요.”

“OO씨 사정이야 어떻든 이건 완전히 시말서 감이야. 누가 책임질 거야.”



오해는 풀렸지만 얼마 후 담당 프로듀서가 자리를 옮겼다. 그 일로 인해 자리를 옮기게 됐는지 어쨌는지 그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른다. 다른 일 때문에 자리를 옮겼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사고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한 <시티 오브 조이>를 개봉했을 때다. 이 영화는 내용도 좋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는데 이상하게 극장이 쉽게 결정되지 않아 개봉시기를 놓쳤다. 영화는 일단 개봉시기를 놓치면 다시 극장을 섭외하기도 어렵고 관객들의 관심도 뚝 떨어진다. 어떻든 우여곡절 끝에 상당기간이 지나 호암아트홀에서 관객에게 선을 보일 수 있었다.



<시티 오브 조이>는 전야제 행사를 좀 요란스럽게 치렀다. 롤랑 조페 감독이 방한을 했고 김수환 추기경도 전야제에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그 덕이었는지 몰라도 관객반응이 무척 좋았다. 연일 매진이었다.



개봉 첫 주가 지나고 둘째 주에 접어들면서 신문광고 카피를 바꿔야 했다. 당시 신문에 나가는 영화광고 카피는 보통 1주일 단위로 바꿔 주었다. 회의 끝에 결정한 카피가 ‘전국은 지금 기쁨이 넘칩니다’ 영화 내용과 관객 반응에 잘 어울리는 카피였다. 광고 동판 교정까지 OK를 내고 동판을 모두 신문사에 보냈다. 내일이면 새 영화광고가 실릴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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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 날, 이게 웬일인가. 서해에서 대형 여객선이 침몰해 수많은 사상자가 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신문마다 대서특필이었다. 그런데 그 아래에 ‘전국은 지금 기쁨이 넘칩니다’라는 영화광고가 함께 실려 있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사고로 화를 당한 분들에게 송구스러울 뿐. 이 일로 항의를 하거나 뭐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실수 아닌 기막힌 실수였고, 영화를 하다보면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다는 톡톡한 대가를 치르고 경험한 사건이었다. 다음날로 당장 카피를 바꾼 것은 물론이다.



또 다른 실수 한 토막. 아직 영화 일을 하기 전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할 때였다. 출판사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대부분 교정과 관계되거나 인쇄나 제본 등에서 발생한다.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수십만 글자 가운데 오자를 하나라도 허용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은 실제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오자가 나오면 안 되는데 오자를 피할 수 없다는 게 편집자의 고민이다.



교정을 잘 보는 편집자와 교정이 허술한 편집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어문규정에 관한 실력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편수자료를 찾으면 되고 어려운 말은 사전을 찾아보면 해결된다. 그런데도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성격 때문이다. ‘대충’ 하는 것이 몸에 배인 사람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대충’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교정을 보는 사람은 오히려 경력자보다 완벽한 원고를 만들어 낸다.



책을 출판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제일 뒷 페이지, 판권에 있는 발행인 이름에서 오자가 나왔다. 발행인이라면 회사의 대표인데 회사를 대표하는 이름에 오자가 생겼으니 여간 곤란한 문제가 아니었다. 묘하게도 오자는 항상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다. 제목이나 이름, 중요한 지명 등 틀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마치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하나씩 터져 나온다. 당장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떻게 일을 이런 식으로 하나! 도대체 눈 감고 교정을 본 거야, 어쩐 거야.”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뜻밖이라서···.” “그따위 정신 상태로 무슨 일을 해! 당장 고쳐!”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실수는 이해할 수 있지만 게으름에서 생긴 실수는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용서할 수 없다는 자세였다. 홍보와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일화는 아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하고 너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것일수록 더욱 철저하고 분명하게 살피는 것이야말로 일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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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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