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70년대 후반까지 이어지던 풍습이었다. 영화가 ‘산업’이란 명찰을 달기 전까지의 충무로는 풍류가 넘치는 작은 마을이었다. 아침에 나가면 삼삼오오 다방에 모여 앉아 어제 있었던 관객동원 숫자를 놓고 열띤 화제의 꽃을 피운다. 어떤 영화는 어째서 손님이 터졌고, 어떤 영화는 어때서 망했노라고 저마다 기함을 토한다. 걸쭉한 친구는“그 영화가 망한 건 평소에 술 한 잔도 살줄모르는 제작자 아무개 놈 때문이라” 는 엉뚱한 결론(?)을 내 버리고 일어서기도 한다.


지금처럼 영화가 전국400여 스크린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개봉’구조였기 때문에, 서울시내는 ‘새 영화’가 종로나 충무로의 단 1개관 (이후에 영등포1관이 추가) 뿐. 그 외 극장들은 모두 개봉관에서 끝난 영화들을 상영하던 시절이다.


월요일 아침의 충무로 다방들은 영화인들로 성시를 이룬다. 지난 토요일, 일요일의 극장가, 전국  개봉극장들의 사정이 궁금하다. 당시의 ‘전국’은 단순하다. 부산 1관, 경남 (마산)1관, 대구1관, 광주, 전주, 대전, 청주, 인천, 춘천- 각 1관씩, 소위 전국의 큰 도시 몇 개 극장이  신작영화를 동시에 개봉한다. 1년에 200편 정도의 많은 영화들을 적은 스크린에서 소화해 내야 하니 영화시장의 소란스러움은 짐작할 만 할 것이다.


이 소란 통에서도 <잭팟>이 터지는 소리가 있다. 잭팟(대박)은 토요일, 일요일, 개봉일에 터진다. <만원사례>- 손님 많이 들어서 감사합니다. 우리 영화 잘 돼서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관객 3,000명이 넘는 날은 요즘 돈으로 3,000원, 5,000명이 넘으면 5,000원 짜리 만원사례금을 넣은 ‘현금 봉투’가 충무로에 기세 좋게 날아 다닌다. 관객이 많은 날마다, 하루에 봉투 300개쯤을 영화사와 개봉극장이 공동부담으로 발행하여 150장씩 각자의 거래처에 호기를 뽐내는 전통이 바로 이 ‘만원사례’ 였다.




커피 한잔 값을 기준으로 누군가가 창안했을 법한 그 봉투를 받고 - ‘게란 노른자가 예쁘게 뜬 모닝커피’ 잔 앞에서 정겨운 동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충무로의 정경!


영화제작자와 극장주는 ‘만원사례’ 빈 봉투를 사무실 책상 뒤에 기다랗게 붙여 놓는다. 어떤 이는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그 대로 붙여 놓고 자랑을 한다. 직접관련이 있어 대박을 맛본 사람이리라.


세월이 흐르면 인심도 변한다. 따듯하던 충무로에 산업화의 유혹이 스며들면서 감사의 ‘만원사례’ 봉투는 자취를 감춘다. 1984년3월31일-필자가 만든 영화 <고래사냥> 이 서울 피카디리극장에서 히트를 하자, 충무로의 좋은 풍습을 상기시켜 볼 겸  모처럼 전통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하여 ‘만원사례 봉투’를 발행해 보았었다. 그러나 그 뒤로, 이런 아름다운 풍경은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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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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