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가 김동인(金東仁)의 대표적 단편 소설인 ‘광염소나타’는 기획자가 영화화하기까지 7년여의 세월을 기다린 작품이었다.

그렇게 된 데는 우선 작품 속의 주인공이 천부적 음악재능을 지닌 피아노의 광인임에 비해 피아노 연주능력이 뛰어나 이를 연기할 만한 연기자가 없었고, 주인공이 새로운 악상을 얻기 위해 몇 번의 방화를 하고 죽은 애인의 시신을 파헤쳐 ‘시간’을 하는 등의 내용이 가위질 당하기에 딱 알맞았기 때문이었다.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자니 여러 가지 현실적 걸림돌이 많았고 소재는 꼭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은 소재였기에 이걸 어떻게 해서 영화화 해보나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었다.

드디어 남자주인공을 여자로 바꾸고 그에 따라 몇 개의 에피소드로 바꾸어 영화화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감독은?

<화분>(1972) <한네의 승천>(1977)이 생각나 하길종 감독을 만났다. 그러나 하길종 감독은 설사 검열에서 난도질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작의 내용을, 그것도 남자 주인공을 여자로 바꾸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며 원작 내용대로 하면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하감독의 기질로 보아 더 설득해봤자 먹혀들지 않을 것이 뻔했다.

또 1년이 지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연출한 고영남 감독을 우연히 만나 고민을 털어놨더니 자기에게 작품을 맡기라고 했다. 아울러 기성 여배우로는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연기자가 없으니 신인을 픽업하자는 것이었다. 동감이었다. 즉시 임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좀처럼 잡히질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어느 날. 탤런트 김하림씨를 통해 한 여인을 만나게 됐다. 비원 근처에 있는 ‘공간사랑’에서였는데 그녀를 보는 순간 “이런 기막힌 여성이 있나!”하는 느낌이 충격처럼 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손정은이었다.

지체 없이 손정은은 고영남 감독에게 소개됐고 보자마자 OK! 상대역인 음악평론가 역은 한진희로 결정, 마침내 대망의 크랭크인을 했다.

그런데 서둘러 시작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음악이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전체적인 영화음악도 그렇지만 손정은이 극 중에서 연주해야 할 소나타 형식의 피아노곡이 몇 곡 있어야 했다.

부랴부랴 독일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하고 돌아와 자동차보험회사의 홍보실장 자리에 있던 강석희씨를 설득하여 작곡을 맡겼다. 손정은 강석희 두 사람의 데뷔였다.

그러나 강석희씨의 곡이 어찌나 어렵고 까다롭던지, 결국 서울대 음대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여학생을 초빙(?)하여 연주장면은 그 여학생의 손으로 대신했다.

<광염소나타>는 그렇게 해서 완성됐다.

손정은은 이 영화 한 편으로 배우 생활은 접었고 현재는 영화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신고
Posted by ⓗⓚⓢ 인터뷰365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