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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는 90년대 활발하게 활동하던 영화계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쓴 글입니다. 그 첫 번째인 강우석 감독 편은 1993년에 쓴 것으로 당시 촉망받는 총각 감독이었던 그의 면모를 세월을 거슬러 다시 보게 합니다.



요즘 강우석 감독은 인사말이 달라졌다. 선배나 동료 영화인들을 만나면 전에 없이 아이들 잘 자라고 있느냐는 말을 꼭 한다.

체질적으로 아이들을 싫어해서 조카들조차 살갑게 대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요즈음은 아기를 키우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미스터 맘마’를 찍은 이후 표나게 눈에 띄는 개인적인 변화다. 본인 입으로도 ‘미스터 맘마’ 찍고 나서, 아기 낳아주는 여자 있으면 결혼하겠다는 앞뒤가 바뀐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한달여를 아기 데리고 씨름하다가 생긴 정이 그 자신의 ‘때’와 맞물려 그런 변화와 말을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장가갈 때가 되었다고 공언하고 있는 그이다. 촬영장에서 안아보았던 아기의 체온이 예사롭지 않게 남아있어, 없는 줄만 알았던 ‘부성본능’을 일깨운 모양이다.

강우석 감독도 처녀 총각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잘 안된 까닭을 강감독은 ‘영화적으로’ 풀고 있다.

“그때 만든 영화가 잘되었으면 그 관계도 잘 풀려나갈 수 있었을지 모르죠. 영화가 엉키니까 관계도 엉켜버리더라구요”

강우석 감독은 직선적이고 솔직하다. 내숭을 떠는 형과는 거리가 멀다. 굳이 ‘총각감독’이라는 말을 앞세워 결혼을 하고 싶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다분히 개인적인 욕구를 이렇게 펼쳐 보이는 이유는 아직 결혼안한 감독- 그리고 모든 영화인-들의 공통된 희망사항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자를 구하는 데 있어 강감독의 첫 번째 희망사항은 ‘나냐, 영화냐를 선택하라’는 주문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좀 더 일반적으로 푼다면, 영화하는 일 자체가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영화인에게 ‘내가 더 좋은가, 영화가 더 좋은가’ 택일하라는 주문은 살아있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자기 일을 가지고 있는 상대가 적합할 것이다. 감독은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허다하다. 그 비어진 공간과 시간 속에서 남편만 해바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고 다른 한편에게는 무의미하다.

자기 영화에 대한 ‘영원한 비평가’를 한명 가지는 것은 든든한 일일 것이다. 영화를 만든 이의 입장과 보는 이의 입장을 알고 있는 처지로 자기 영화를 평해줄 수 있는 안식구를 들이는 것은 강우석 감독만의 희망사항일 수는 없을 것이다.

강우석 감독은 자기가 영화로 돈벌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글쓰는 작가가 글만 쓰고도 생활할 수 있는 전업 작가일 때가 가장 바람직스럽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로 돈을 벌고 생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보기 좋다. 그것은 곧 결혼 후의 단단한 생활력을 내비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30대에 접어든 감독들, 가정을 꾸미고 있는 감독들은 그 윗세대들과 사는 모습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영화를 하려면 가정을 등한시 여기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기던 풍토 대신 건강한 가정과 건실한 영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려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강우석 감독이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지면 그 대열의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강감독이 ‘소원대로’ 가정과 아이를 가지고 난 후 혹여 ‘체험적인’ ‘미스터 맘마’ 속편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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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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