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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는 90년대 활발하게 활동하던 영화계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쓴 글입니다. 그 첫 번째인 강우석 감독 편은 1993년에 쓴 것으로 당시 촉망받는 총각 감독이었던 그의 면모를 세월을 거슬러 다시 보게 합니다.



강우석 감독 영화를 통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배우들이 많다. ‘달콤한 신부들’로 최수지와 최재성,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이미연과 허석(지금의 김보성)을 새로운 스타로 이끌어 냈고,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에서는 미스코리아 진 김성령을 앵커로 탈바꿈시켰다.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 ‘매혹’에서 최진실 친구로 등장하여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가수 강수지가 첫 연기를 한 것도 강우석 감독이 만든 ‘열아홉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에서였다. 특히 강수지에 대해서는 괜찮은 연기자감이라는 칭찬을 덧붙인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사이에 성큼 달라져 버린 이미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 배우들이 강우석 감독 영화에서는 풋풋한 햇사과 내음을 풍기며 여전히 싱그러워 보인다.

강우석 감독은 ‘감독이란 촬영현장에서 배우를 매료시킬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마다 현장지휘 스타일이 다르게 마련인데 독재자적인 감독, 친구 같은 감독, 무서운 감독 등등이 있을 수 있다. 강감독은 ‘매력 있는 감독’ 쪽을 원한다.

그가 말하는 매력이란 일을 자신 있게 능란하게 처리해 나가는 사람이 풍길 수 있는 총체적인 느낌이다. 그러려면 언제나 자기 자신이 긴장해 있어야만 한다. 감독이 현장에 나가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즉석 콘티를 짜고 있다든지,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촬영 전에 반드시 모든 콘티를 마칠 것,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상황 전체를 파악하여 컨트롤할 것, 그런 다음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즐거운 것. - 그래서 다루기 까다롭다는 연기자들도 강감독 촬영현장에서는 별 까탈을 부리지 않는다.

 강우석 감독은 선배 이장호 감독을 따른다. 별볼일 없을 때 이장호 감독이 베풀어준 호의가 늘 잊혀지지 않는다. 충무로 풍토는 좀 이상해서 남이 잘되는 것을 함께 기뻐해 주는 일이 드물다.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서 비슷한 연배 감독들이 모여서 나누는 술자리 이야기들이 그래서 그에게는 소중하다. 그런 자리에서 강감독은 직언을 하는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선배 감독들한테 미움도 받았지만 이젠 좋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계에 들어오려 하거나 들어와 있는 후배에게 강감독은 이런 ‘직언’이 하고 싶다. “직배 영화가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이 있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영화 만들면서 생활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어느 감독 밑이건 조감독으로 들어와서 자기만 열심히 하면 길은 반드시 열립니다.”

‘관객이 재미있어할 영화를 만들겠다’는 말을 자기 영화 앞에 세우고 있는 강우석 감독은 관객들이란 만드는 이와 달라서 영화로 고민하지 않으려 한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재미있게 실컷 웃다가 똬리를 틀고 있는 영화 속의 진지한 이야기를 웃음 줄에 이어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만들어 내고 싶다. 아직까지는 그런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비원 앞 오피스텔에서 요즘 그는 시나리오 작가들과 함께 지낸다.

다음 작품 ‘투 캅스’ 시나리오를 두 팀이 동시에 쓰고 있다. 총 한방 안쏘고 형사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미국영화 ‘리썰 리폰’보다는 프랑스 영화 ‘마이 뉴 파트너’같은 형사 영화를 만들 것이다.

작가들 글 쓰는 데 방해될까봐 전화나 받고 있다고 ‘엄살’을 떠는 강감독.

작업에 열중하던 작가들이 기지개켜는 기미가 보이면 “다들 좀 쉬었다 하지”하고 근처 허름한 술집에라도 몰고 나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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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인터뷰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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